어제 이런 말씀을 드렸어요. 저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들이었고, 그래서 많은 분들과의 동역을 통해 다양하고, 여러 많은 사역들을 할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말하자면, 오늘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할 수 없었던 일이었는 데 도움을 주셔서 가능할 수 있었던...
일단, 성경적 정의는 '약자에 대한 하나님의 끈질긴 편애'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말하자면 '성경적 정의'가 실현된 곳이요, 그러므로 약자들도 동등하게 사람다운 권리를 보장받고,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이겠지요. 하나님 나라는 이와 같은 방향성 안에서의 구체적인 실천이 이루어질 때 세워지는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 하나님 나라 백성들이 이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제가 사역자로서의 한계를 느꼈던 것은 제가 남성이라는 것이었어요. 목회의 대상에는 남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도 있잖아요? 게다가 대학부는 젊은 여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 사역자인 제가 여학생들을 케어해줄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더라고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A라는 여학생이었는데, 리더인 여학생 B가 당사자인 여학생 A 대신 제게 조심스럽게 상담을 요청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A가 B에게 어려움을 이야기했는데, 같은 처지의 유학생인 B로서 감당이 안 되니, 고심 끝에 A의 동의를 받아 B가 제게 얘기를 한 것이지요.
암튼, 내용은 이렇습니다. A가 성병에 걸렸대요. A의 남친으로부터 감염이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A는 가정 형편도 어렵고, 그렇다고 모친에게(부모는 이혼한 상태)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관찰을 해보니, 일종의 애정 결핍이 있는 이들의 경우 왜곡된 사랑?으로 인한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더라고요.) 상태가 심각해서 치료는 받아야 하는데, 돈도, 도움을 받을 사람도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제게 그 어려운 말을 꺼낸 것입니다.
그 사건을 마주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죽했으면, 아무리 사역자라고 하지만 남자인 나에게까지 찾아왔을까...
얼마나 민망하고, 부끄러웠을까...
그런데... 어쩌면 이런 경우가 많을 수 있겠구나...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는 문제들이 자매들에게 많겠구나...
일단, A라는 친구는 돈을 모아서, 깨끗하게 치료를 받도록 지원해 줬습니다. 한국에까지 보내서 확실하게 치료를 받게 했지요. 그때 고생 좀 했지요. 다행히 A는 그 뒤로 아주 착실하고 야무지게 잘 살다가 한국으로 가서, 최근 결혼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부디 부모의 상처, 과거의 상처, 모든 것을 회복하고 잘 살기를 바랍니다.
암튼, 이 일을 계기로 여성분들, 여 집사님이나 권사님들이 제 대신 여학생들을 케어해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제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어른들이 계셔 주시면, 마치 이모나 언니처럼, 아니면 엄마처럼 여학생들이 편안하게 속마음을 꺼내놓을 수도 있고, 그 가운데 안정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한편, 여학생들에 대해서는 이런 게 우려가 되었습니다. 실제 유학생들 중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것만은 꼭 막고 싶었고요, 그래서 어려운 학생들에 대해 경제적인 지원 역시 아끼지 않으려고 했던 부분도 있습니다.
저는 보통 블로그에 이런 생각과 바람 같은 것들을 계속 나눠요. 하나님께서 당연히 일하시지만, 이런 사정을 공유할 때 좀 더 구체적으로 도울 자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감사하게도 이 마음과 취지를 이해해 주고, 동참해 주신 분들이 나타났더랬죠. 이수경 집사님이 대표로 연락을 해주셨고요, 본인과 몇몇 여집사님들과 함께 여학생들을 케어해 주셨습니다. 그 다음 해에 공식적으로 이수경 집사님을 대학부 차장으로 모셨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자매방
남자는 절대 들어올 수 없는 모임... 그래서 그곳에서 무슨 일(대화)가 일어나는지 사역자인 저도 모르는... 그렇게 철저히 여성들만의 공간으로 마련해 줌으로써, 이 사회, 특별히 외국 땅에서의 약자인 여성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했답니다.
그러면서 동참해 주신 집사님들, 권사님들이 정말 헌신적으로, 자기 혈육보다 더 극진히 대해주고, 아껴주고, 그래서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관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때 여학생들이 위로와 도움을 많이 얻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한계를 인정합니다. 제가 당연히 다 알 수도 없고, 다 할 수도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아요. 더더군다나 하나님의 교회는 '함께 지어져 가는 곳'이잖아요? 우리 그렇게 세워져 가는 <세우는교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더욱 필요로 하며, 그렇게 서로를 존중하고 합력하여, 아름다운 하나님 나라를, 하나님 나라의 온전함을 우리 함께 이뤄나가 보아요.
혼자라면 어렵고 불가능한 일도
함께라면 거뜬하고 꼼꼼하게 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