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을 되돌아보면, 하나님의 은혜 아닌 것이 하나도 없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사도 바울의 고백이 무엇인지를 나이를 먹어 가고, 인생을 살아내고, 사역을 해나가면서 점점 확실히 깨닫고 있어요.
그러면서, 보이지 않으시는 하나님은 보이는 사람을 통해 일하시더라는 것... 결국, 그 은혜라는 것이 '사람'을 통해 흘러왔음을 똑똑하게 기억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먼저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지만,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것만큼 은혜의 통로가 되어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드려요. 하나님 사랑은 이웃 사랑이듯이, 하나님께 대한 감사 역시 사람에 대한 감사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받은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함으로써 기억하고 있지요.
제가 요즘 '날 향한 계획' 시리즈로 지난날을 복기하면서, 정말 감사한 것이 뭐냐면, 하나님의 그 인도하심 그리고 저를 통해 행하신 사역 가운데, 정말 좋은 동역자들을 붙여주셨다는 것입니다. 저 혼자서는 당연히 할 수 없는 것들을 행할 수 있도록 하신 것은 다 그분들 덕분인 것을 알아요. 아울러,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 나라는 합력하여 이뤄가는 것임을 새삼 다시 한번 떠 깨닫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너무 소중합니다.
상하이에서 대학부 사역을 시작할 때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사역자의 교체 과정에서 담임 목사와 대학부 전임 목사와의 갈등 때문에 원만한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요. 그 부분에 상처를 받은 대학부 리더들이 저를 받아들이지 않고, 심지어는 저를 대학부 목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었다고요. 저는 말하자면 대학부에 담임 목사의 지시를 받아 일종의 '소방수'로 들어간 것일 뿐인데, 그런 저를 오히려 다들 배척하더라고요. 그땐 몰랐는데, 지나고 나보니 조금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암튼, 정말 그랬어요. 제게 인사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명함'을 돌리며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습니다.
나, 이번에 온 대학부 목사야.
잘 지내보자.
그러면서, 리더급들이 아닌, 약간 주변부에 있는 친구들부터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리더급들의 마음이 열리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 시간까지 마냥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들에게 연락을 하고, 캠퍼스에 가서 밥을 사주면서 교제를 이어 나갔더랬죠.
그때 2014년 2월, 제가 대학부를 처음 맡았으되, 아직 새로운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며칠 전쯤에 대학부 복단대생 송명기라는 아이와 그 친구의 룸메이트에게 밥을 사준 적이 있어요. 그러면서 그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어봤지요.
평소에 밥은 어떻게 먹니?
뭐, 대충 먹어요.
집에서 먹을 땐,
계란 프라이에 간장 넣어서 비벼 먹죠, 뭐...
반찬도 마땅히 없으니까요.
그 말을 듣고서 너무 '짠'했고요, 유학생들의 식생활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반찬이라도 좀 챙겨주면 그나마 조금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이것을 목회서신에다가 나눈 적이 있습니다. 목회서신은 저의 평소의 삶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그러고 나서 몇 주 후, 제가 1부 예배 사회를 마치고, 5층 본당에서 4층 사역자실로 계단을 내려가는데, 김지영 권사님께서 부르시더니, 아이들 반찬을 해주시겠다고, 8~9명 정도 모았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말하자면 반찬 사역입니다.
귀한 성도님들이 동참해 주셔서, 정말 많은 반찬을 해주셨고요,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었답니다. 당연히 아이들은 너무 좋아했어요. 각자의 기숙사나 외주하는 집에 가져가 먹는 반찬을 통해 잠시나마 따스한 '엄마 밥' 느낌을 가졌고요, 그에 대한 감사와 기쁨의 표현을 했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런 반찬 나눔을 통해 저에 대한 경계심과 선입견을 가졌던 아이들이 마음을 누그러뜨리게 된 것이 분명 있었던 것 같네요. 그래서 더욱 감사한...
한편, 반찬 사역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함께하시는 성도님들의 사랑이 너무 크셔서, 바비큐 파티도 열어주셨어요. 아이들에게 고기를 먹이셔야겠다고, 교회 앞마당에서 대규모의 바비큐 파티를 열었는데,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났고요, 반찬도, 바비큐 파티도, 주변 믿지 않은 아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뿐 아니라, 이것 때문에 교회에 나온 유학생들도 있었더랬죠. 그때를 추억합니다. 아마 아이들도 그때를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겠지요?
그러면서 또한 우리 <세우는교회>를 기대합니다.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되, 행함과 진실함의 사랑을 전하며, 합력하여 그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해 나가는 우리의 공동체가 되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