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귀국을 하고, 개척을 할 것이라는 걸 알게 된 청년들, 어느덧 이제는 30대 중후반, 40대 전후의 장년이 된 오랜 동역자들이 연락을 주었습니다. 감사한 일이었지요. 그러면서 사실 미안한 마음도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상하이로 떠나면서 잘 못했거든요. 사실 이 부분은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제 딴에는 부담을 주기 싫었나 봐요. 그래서 좀 무심하고,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저의 근황을 올렸어요. 잘 살고 있다는, 열심히 사역하고 있다는 메시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흘려보냈던 거죠.
한편으로는 이렇게 했던 것에 다음과 같은 것도 작용을 했는지 모릅니다. 아마 부사역자 출신들은 담임 목사로부터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교회를 나가게 되면 이전 교회 교인들과는 연락을 하지 말라고요. 그렇게 교육을 받고, 목회의 도(?)라고 주입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건 담임 목사의 약함과 욕심에서 비롯된 과한 처사일 수 있다고 봐요. 예를 들면, 자기 교회 출신 부사역자가 교회를 나간 후 교인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자기(?) 교인을 빼앗아 가는 것으로 인식을 하더라는 거죠. 참 못난 생각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더라고요. 그런 마음도 아주 조금은 작용했던 것 같고요.
암튼, 제가 그렇게 무심했음에도 불구하고,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잊지 않고, 기억해 준 이들이 있어 감사했어요. 게다가 귀국을 하고, 개척을 한다고 하니 먼저 연락해 주고, 개척하는 것을 환영하고, 응원해 주어 너무 힘이 났습니다. 그러면서 한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어제 말씀을 드렸듯이 개척을 하되, 수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그것은 이미 개척을 한 김 00 목사 때문이라고, 괜히 미안한 맘이 든다고 했더니 이렇게 얘길 하더라고요.
서운하다고요. 수원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에 대해서 서운하고, 설령 수원으로 온다 할지라도 제가 가진 염려(?) 아닌 염려는 전혀 할 필요 없다고요. 왜냐하면 제가 수원으로 온다고 해서 그 교회에 갈(간) 사람이 교회를 옮길 것도 아니고,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랍니다.(참고로 그 목사는 결국 작년에 목회를 접고 다른 교회의 부목사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면서 몇몇 친구들이 저의 개척을 응원하는 모임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기도하면서 지원하겠다고요. 참으로 힘이 났어요. 외롭지가 않았습니다. 너무 감사했고요.
그런데 사람이 어렵고, 힘들 때에는 오해와 착각 같은 것을 하나 봅니다.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보기 마련이고, 보이는 사람에게 기대려는 심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제 실수였어요. 암튼, 저를 위해 응원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제가 만약에 개척을 하면, 우리 교회로 올 것이라는 식으로, 제가 그렇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그들도 나이도 먹었고, 경제적인 능력도 그 나이 때에는 어느 정도 갖추었을 때이니, 그들이 함께하면 조금은 수월하게(?) 개척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이 될 것이라 '김칫국'을 마셨습니다.
게다가 그 친구들 정도의 나이라고 한다면, 개척을 한다고 하는 목사에게 그와 같은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개척 교회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래서 현실적, 구체적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제게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 여겼던 것 같아요. 저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니까요. 완전히 아전인수 격 해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더라고요. 그저 응원만이었고, 기도만이었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니, 지난 9년 동안 많이들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고, 그러면서 이미 공동체에 소속된 이들도 있었는데, 그들이 공동체를 옮기는 것이 쉽지는 않겠죠.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고,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개척교회에 누가 오겠습니까? 제가 그들에게 잘해준 것도 없는데요. 게다가 제가 그들(그들의 기도모임)을 모은 것도 아니고, 그 모임에 누구누구가 모였는지도 몰랐거든요. 다만, 몇 명의 주도로 만들어진 모임이었습니다. 그저 누군가가 응원하고 있다는 것만 기억하라는 것, 그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 귀국할 때 즈음에 확인하게 된 것은 어느 누구도 교회에 함께하겠다, 도움을 주겠다 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귀국 전 거의 매주 토요일에 온라인으로 소통을 하는 시간도 갖긴 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잘못 판단한 것 같아, '서베이'의 형식으로 확인을 해봤더니 정말 그랬더라고요. 저 혼자 '김칫국'을 마셨던 것이었습니다. 그때 맘이 좀 그랬어요. 물론, 그 정도도 너무 감사한 일이고, 큰 힘이 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가장 힘들 때, 그 기간을 그렇게라도 견딜 수 있게 해주어서요. 그마저도 없었다면 저는 희망을 꿈꿀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알게 되었지요. 이 과정 가운데 담겨 있는 하나님의 뜻을요. 파송 교회도 없고, 뭔가 확정된 것도 하나도 없고, 정말 아무것도 없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그 상황, 그래서 누구라도 함께한다고, 도움을 준다고 하면 그 사람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연약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은 그 끈을 다 끊어버리셨던 것 같아요. 그것은 '하나님만 의지하고 나아가라'는 의미셨던 것이고요. 하나님만 의지하면, 하나님께서 책임져주시겠다는 말씀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말 의지할 사람, 기댈 사람 하나 없이 떠난 겁니다. 카톡 방에서 거의 가족만 놓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고요.
다만, 그들이 제게 힘과 용기를 준 것은, 딱 그 정도의 역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시고, 가장 힘들 때 버틸 수 있게 해주시고, 무엇보다 '수원'으로 인도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포석이었다고요. 그들이 제게 개척 지역으로 수원을 왜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서운함을 표현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수원에 다시 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