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저는 수원중앙침례교회를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삼호교회만 유일하게 사실 나오고 싶었는데 나가지 말라 하신 것이고요, 그래서 순종을 했더니 되레 그곳을 나가게 해주신 것입니다. 상하이한인연합교회 역시 제게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나오지 않았을 교회였고요.
암튼, '목사 안수를 받으면 나가야 한다는 규정'에 적용을 받아, 미련과 아쉬움은 정말 많이 남았지만 저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나가는 것은 정해졌으니, 이젠 나갈 곳을 찾아야 했습니다. 감사한 것은 그전까지 목사 안수식을 12월 중하순에 시행하는 바람에 임지를 찾기가 어려웠던데, 저는 10월에 '예외적으로' 일찍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었다는 거죠. 보통 사역자들의 임용 일정이 10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그전까지는 그와 같은 기본적인 배려가 교회 안에 없었기에 저로서는 감사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원서를 준비했습니다. 딱 세 군데에 넣을 원서를 준비했어요. 부서는 모두 청년이었고, 교회는 다음과 같습니다.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
백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
우리들교회 (김양재 목사)
교계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만한 곳입니다. 지원 원서를 준비했고, 설교 시디까지 준비를 해서 발송만 하면 되는 터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떤 분이(지금 강원도 오크밸리 교회에서 시무하시는 지희규 목사님이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른 목사님들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우연히 들게 되었습니다.
분당우리교회가 사역자를 한 명 뽑는데, 벌써 100명이 넘게 지원했다면서요? 아직 원서 마감도 되지 않았는데요. 사람들이 좋은 교회는 알아보나 봐요.
그 말이 마치, 하나님께서 제게 하시는 말씀 같았습니다. 물론, 그저 경쟁률 때문에 제가 지레 겁먹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때도 역시 자신감은 넘쳤거든요. 스펙으로만 하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확신은 있었어요. 다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들 다 가려고 하는 교회에, 굳이 나까지 숟가락을 얹을 필요가 있을까?
그러면서, 제가 그 세 교회를 선택했던 기준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안에 하나님은,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의견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더라고요. 대신, 인간의 세속적인 욕심만 가득했음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각 교회에 대한 정보도 없고, 저 같은 경우에는 인맥도 없는 상태에서 한계가 있기에 유명한 교회를 선택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분명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선택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그걸 깨닫게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즉시, 준비했던 세 곳의 원서를 다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그러자 문득, 이런 마음이 들더군요.
내가 삼호교회에서 수원중앙침례교회로 올 때도 그랬지? 어쩌면 그때처럼 지금도 하나님께서 특별한 인도하심을 계획하고 있을지 몰라.
여러 사람과 경쟁에 의한 것이 아닌, 발령권자인 하나님께서 파송해 주시는 그곳이 분명 있을 거야.
그러자 제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그런데 평안한 저와는 다르게 주변 사람들은 난리가 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