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쩌면 상식적인 것일 수도 있겠네요. 암튼, 그것은 "교회 개척하면 따라온다는 말을 믿고 교회 개척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그 말을 믿고 개척을 하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당연한 말이겠습니다. 비단 개척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것은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하는 것이 맞는 것입니다. 게다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내가 제어(?) 할 수가 없잖아요? 남에게 나의 운명(?)을 맡기는 것은 어리석은 것일 수 있어요.
암튼, 제게도 개척을 권했던 사람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개척뿐만이 아니라 유학을 가라고 '강하게' 권유를 했던 사람들이 있었지요. 하지만, 그중에서 어느 한 사람도 제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 이는 없습니다. 오히려 개척하라고 그렇게 자주 말했던 이는 연락 한 번 없었습니다 어쩌면 민망 혹은 미안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 사정이 있겠지요. 물론 제가 힘들 때는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해를 해요. 오히려 그렇게 말해준 것에 대해, 그 안에 있는 저에 대한 사랑의 마음에 대해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책임지지 못할 말은 뱉지 않으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만약에 누군가에게 '나와 함께 하자'라고 말을 했다는 것은 '내가 너의 생계까지 최선을 다해 책임지겠다'라는 의미입니다. 그 정도가 아니라면 말을 꺼내지 않으려고 해요. 사실 사역을 하면서 참 많이 봤거든요. 본인이 필요해서 불러온 부사역자의 생계를 책임지지도 않고, 말을 바꾸는 자들... 그래서 상처를 받은 많은 사례를 목격했고요, 그에 대해 힘듦을 토로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무게의 말이라면, 게다가 그 사람의 상황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면 더더욱 언행을 신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위 '공수표'를 남발하면서 '희망 고문'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서운할 정도로 냉정하게 하는 것, 나중에 사정이 될 때에 실질적으로 챙겨주거나 함께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요. 이건 제 경험에 따른 것이고, 제 취향 혹은 성격일 수 있겠네요.
'나가라'는 말을 듣고, 점점 귀국할 날짜는 다가왔습니다. 말씀을 드렸던 대로 쉽지 않았습니다. 제 상황을 상상해 보시면 이해가 되실까요? 원래 혼자서 잘 지내는 편이긴 하지만, 그때는 아무래도 상황이 예전과 조금은 달랐어요. 나가게 된 배경 그리고 저를 향한 이런저런 비난과 루머의 이야기가 제게 종종 들려왔으니까요. 사역자들의 분위기는 말할 필요도 없었고요. 보통 사임하는 사역자들은 교인들 앞에서 설교를 통해 인사할 기회도 주는데, 그 또한 주지 않더라고요. 물론, 그리 하라 했어도 많이 불편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 속에도 제 편이 되어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외롭지 않게 해주셨고, 기대, 기도해 주셨어요. 위로해 주셨습니다. 실질적인 도움, 당분간 버틸 '양식'도 채워주셨어요.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만약에 그분들의 사랑과 은혜가 아니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를요. 그래서 정말 감사합니다. 평생 잊지 않으려 합니다. 기록, 기억하고 있고요, 다들 한 번씩 찾아뵙고 밥 사드리며 인사드릴 그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 사랑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드디어 2022년 1월 21일 금요일로 항공권을 발권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원래 생각했던 날짜는 그날이 아니었습니다. 1월 28일이나, 2월 4일이었어요. 하영이 학교 문제도 있고, 이제 떠나면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최소한 일주일이라도 더 있다 나가려고 했어요. 방학 후 하영이가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 시간도 필요했어요. 그러면서 그 당시에 항공기는 일주일에 '단 한 번'만 열렸던 상황이었는데, '우연히' 어떤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곧 하늘길이 막힐 수 있다는 이야기를요. 그래서 나갈 사람들이 서둘러서 나가려 한다고요. 이에, 부랴부랴 날짜를 앞당겨 1월 21일로 발권했답니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문득 이 생각이 났습니다. 1월 21일이... 익숙한 날짜라는 것을요. 맞아요. 바로 제가 회심했던 그날이었습니다. 의도한 것이 아니었고, 어쩔 수 없이 그날밖에 없었던... 그것도 일주일에 단 하루밖에 없었던 항공 스케줄이었는데, 딱 그날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만 생각을 해보니, 이런 게 보이더라고요.
믿음은 해석...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저는 이것을 하나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으로 여겼답니다.
내가 너와 함께한다.
아울러, 9년 전 상하이로 올 때 주셨던 그 말씀을 떠오르더군요.
창세기 28장 15절
말하자면, 제가 상하이에서 할 일은 다했다는 말씀, 그래서 다시금 돌아오게 하신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희 세 식구는 2022년 1월 21일 금요일에 푸동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귀국을 했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상하이는 한 달 봉쇄가 시작되었고요.
참고로, 오늘 이 글의 대문 사진이 그날 비행기 안에서 찍은 것입니다. 아래 사진은 그날 귀국을 하면서 상하이 대학부 출신으로서 군복무를 하던 강지훈 형제(우리 교회 드러머 준우의 동생이자, 찬양 인도도 한 번 했었던)가 그 당시 공항에 파견근무를 하러 나왔는데 우연히 마주치면서 반갑게 찍은 사진이고요.